Page 15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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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  말고  법적  근거를  가져오라고!  C발  XX!  어디  지침
             같은  것을  가져와서  안  된다고!”

                 순간  숨이  탁  막히고  정신이  아찔했다.  익숙한  단어들이  눈앞에
             떠올라  정열하고  있었다.  ‘친절을  국으로  말아  먹었냐?’  ‘일  똑바

             로  안  해?’  ‘직원교육이  왜  이래?’
                 오랜  기간  쌓여온  마음의  상처를  얼기설기  꿰맨  자리가  뜯어져

             올라왔다.  익숙해질  수  없는  아픔이고  설움이었다.  A씨가  원망
             스럽고,  한편으로는  큰  소란에  다른  민원인들이  놀라진  않을까

             걱정도  되었다.  그때  나이  지긋한  이장님이  도움의  손길을  주셨다.
                 “혼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기준에  안  맞는다고  하잖아요.  왜

             소란을  피워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줍니까?”
                 A씨는  반말로  거칠게  대꾸했다.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제삼자는  빠져!  알지도  못하는  게!”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가슴속  깊이  솟구치는  분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더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옆
             사무실  계장님이  큰  소리에  놀라  급히  민원실로  뛰어오셨다.  상황

             파악을  하신  후,  A씨를  다독여서  휴게실로  들어가셨다.

                 어린  시절  괴롭힘을  당해  울고  있을  때  내  편에  서  주었던  사촌
             오빠가  떠올랐다.  살며시  등을  토닥여주던  사촌오빠의  손도  느껴
             졌다.  코끝이  시큰해지고  가슴이  뭉클했다.  퇴근  시간이  다되어

             휴게실  문이  열렸다.  A씨는  법적  근거를  공문으로  달라는  말을

             뒤로하고  출입구로  향했다.  다음  날  그의  요청에  따라  경영체  신규
             등록에  관한  전반  사항과  업무  처리  절차를  보냈다.



                                                                 입  상  작•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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