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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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화벨이 세 번 이상 울리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전화를 대신 받고 인적사항, 용건 등을
메모한 후 경영체 담당자에게 전달한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어느덧 원산지 보조원인 나도 농업경영체 등록 확인서
발급 등 간단한 업무에는 일차적인 내용 확인 후 담당자에게
연결해 줄 수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건 여느 때처럼 바쁘고 정신
없는, 사무소의 아주 평범한 오후였다.
“안녕하세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
까요?”
“음…, 그거 있잖아, 농사짓는 거, 그 확인받는 거….”
말끝을 흐리시는 품이 예사롭지 않다. 그간의 경험상 농업경영체
등록 확인서를 말씀하시는 건가 싶어 여쭤보니 계속 머뭇거리신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인적사항을 여쭤본다.
“집 주소가 금산으로 되어 있으신가요?”
“음…, 금산에 살지.”
“성함과 생년월일을 알려 주시겠어요?”
이상하다. 농림사업의 신청에서 정산까지 모든 과정이 전산화되어
있는 농림사업정보시스템(아그릭스)상에서 조회가 되지 않는다.
“선생님, 시스템상에서 검색이 안 되는데요, 주소지가 금산이
맞으세요?”
“뭔 소리야! 내가 작년에도 받았는데 안 되긴 뭐가 안 돼!”
“죄송합니다, 도와드리려고 전화를 대신 받았는데 제 업무가 아니
라서 경영체 담당자분께 돌려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8•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