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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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역정을  뒤로하고,  서둘러  경영체  담당자
             에게  전화를  돌렸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금산에  산다던  그분은

             주소지가  대전이었다.  그래서  내가  시스템에서  설정한  거주지
             기준으로는  조회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전화를  돌려받은

             담당자의  업무  처리는  달랐다.  조회  조건을  거주지가  아닌  농지
             기준으로  설정하여  확인서를  출력하고  기타  직불  신청에  대한  친절

             하고  숙련된  안내가  이어졌다.
                 그렇게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던  전화는  갑자기  분위기를  바꿔

             소장님을  찾기  시작했다.  ‘어디서  담당자도  아닌  놈이  전화를
             받냐’며  말귀도  못  알아먹고  내  시간  잡아먹은  건  누가  책임질

             거냐’며  본격적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사이  팀장님을  거쳐  기어이  소장님께  전화가

             돌려졌다.  생전  처음  겪는  초조함에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민원인
             께서  겪은  불편은  이해가  되면서도,  조금이라도  사무실과  농민에게

             도움이  되고자  내  업무가  아닌  전화  한통을  대신  받은  대가치곤
             사태의  심각성이  너무  중하다고  생각했다.  소장님께서는  이십여  분

             후  사무실로  내려오셨다.

                 “직원들  교육을  똑바로  시키라고  하시더라고.”
               이미  표정으로  울고  있는  내게  소장님은  차분히  말을  이어가셨다.
             평생  처음  듣는  욕설  속에서도  소장님은  사무소에  인력이  부족하여

             민원  응대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

             하려다가  발생한  일이라며  용서를  구하셨다고  한다.  말씀  끝에는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내미시며,  민원인께서  내  사과를  원한다고



                                                                 입  상  작•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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