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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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렸다. 통화가 끝나고 삼십여 분 남짓 지났을까. 갑자기 A씨가
사무실로 오셨다. 큰 소리로 “장○○ 어딨어? 나는 절대 인정할
수 없으니 마음대로 해.”라고 하며 부릅뜬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
그 모습이 너무 무섭고 두려웠다. 순간 나의 가슴은 다듬잇돌 위에
방망이질 치듯 콩닥콩닥 뛰었다. 얼굴은 화끈화끈 달아올라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갑작스런 상황을 어떻게 수습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옆에 있는 동료에게 물어봤다. 잔뜩 쫀 목소
리로 ‘윗분들과 상의하고 연락하겠다.’ 하니 돌아갔다.
그다음 날 아침 일찍 팀장님에게 상황을 보고 드렸다. 팀장님은
생각해 볼 여지도 없이 규정대로 하잔다. 직불금 이행점검 결과
통보서(부적합)를 우편으로 보내라고 하셨다. 전날 저녁에 내가
겪은 고초에 비해 너무 쉽게 결정을 내린 팀장님이 한편 너무
얄밉기도 했다. 우편물을 발송하고 며칠이 지나도록 내 마음은 몹시
불안하고 무거웠다. 분명히 통보서를 받았을 텐데 왜 아무런 연락이
없을까? 지난번처럼 사무실로 또 쳐들어와서 난리를 치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캄캄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2주일을
보냈는데 불행 중 다행인지 A 씨는 별다른 이의가 없었다. 결국
통보서로 마무리가 된 것이다. 우연히 책상 위에 있는 네모난
거울을 봤다. 며칠 새 얼굴이 파파 할머니처럼 폭삭 늙어 보였다.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으면서 직불금은 눈먼 돈으로 알고, 무조건
신청하고 보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연례행사처럼 매년 신청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이는 선량한 농업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다.
이런 분들이 있는 한 우리 농업ㆍ농촌에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을
입 상 작•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