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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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하면서 월급만 꼬박꼬박 받아먹는 세금 도둑이야?” 돌아온
대답은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심한 욕설이었다. 그리고 그는 수십 분
간 내 설명은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불만만을 토해 냈다.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의 폭력과도 같았던 말들이 맴돌아 나는
그날 밤 한잠도 이룰 수가 없었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 한 다음 날, 본원 담당자로부터 먼저
연락이 왔다. Y씨가 본원에도 폭풍 같은 민원을 한바탕 쏟아
놓았고, 이런 문제의 민원은 선례가 없어 농림축산식품부와 전산
담당을 통해 처리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숨 놓았다. 하지만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처리되었다는
연락이 없어 하루하루가 불안의 연속이었다. 민원인도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진행 상황을 중간중간 전달했지만, 그에게선
고맙다는 말보다는 “우리 같은 사람 복잡하지 않게 제도 좀 제대로
만들어 주세요.”라는 나름 점잖지만, 압박을 주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결국, 한 달 가까이 여러 부서와의 협력으로 이력제
시스템에 수동으로 입력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여 절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민원을 해결할 수 있었다.
농관원에서 일을 한 지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 속에서 내가
계속 이 일을 해야 하나 하는 회의까지 들었던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일을 하다 보면 민원인마다 각각의 안타까운 사연도 있고,
처리요령이나 지침으로도 판단이 어렵거나 버거운 민원이 생기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담당자나 주위 동료들과 같이 고민하고 상의를
해서 어떻게든 민원을 해결하곤 했다. 그러나, 요즘 들어 민원을
24•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