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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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 ‘왜 등록이 안 되냐?’는 말씀만 하셨다. 그때, 어르신의 손에서
검붉은 피가 흐르는 걸 봤다. 나는 얼른 옆에 계신 할머니께
“어머니, 아버님 손에서 피가 나네요. 다치셨나 봐요.”라고 말한
후 어르신의 팔을 붙잡았다. “아버님, 손에서 피가 나요. 손 좀
볼게요.”라고 했으나, 내 손을 뿌리치시며 좀처럼 진정하지 않으
셨다. 힘이 보통이 아니시다. 피를 멈추게 하는 것이 우선이라 급한
대로 화장지로 감싸드렸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었다. 오른손
중지가 어디에 긁혀서 피부가 벗겨진 거였다. 김 주무관에게 상처에
붙이는 밴드를 찾아보라고 하고, 두 분을 소장실로 모셨다.
노란색 비타민 음료수를 드렸다. 안 드신다. 내가 병뚜껑을 따서
드렸다. 할머니께서는 드시는데 어르신은 아직 화가 덜 풀리셨는지
안 드신다. 마침 김 주무관이 밴드를 가져왔다. 어르신 손가락에
밴드를 붙여 드렸다. 그런 내 손을 뿌리치시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했다. 나는 그런 어르신 옆에 계신 할머니께 아버님이
힘이 장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참 할머니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좀 시간이 지나자 어르신께서 말씀하셨다.
며칠 전에 지인에게 임차한 농지를 추가하려고 민원실을 방문
하셨단다. 그때 어느 직원이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해 오라고 해서
오늘 임대차계약서를 가져오셨단다. 그런데 아까 그 경영체 주임이
등록이 안 된다고 했단다. 그래서 화가 나셨단다. 그럼 그때
안 된다고 하지, 왜 늙은이를 힘들게 다시 오게 하냐는 말씀이다.
김 주무관에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해 보라고 했다.
잠시 후 김 주무관이 소장실로 왔다. 추가 등록하시려는 지번을
수기모음•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