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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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해  확인할  서류도  제출하지  않고  등록해달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나는  정확한  상황을  알기  위해  그가  신청한  농지의  항공

             사진을  살펴보았다.  사진  속에는  농지에  컨테이너가  놓여  있고,
             잡목  등이  자리  잡고  있어  도저히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곳으로

             보였다.  이제  상황이  파악됐다.  우리는  법과  규정에  따라  일을  한다.
             민원인에게  현행  규정을  차분히  설명하고  이해시키면  모든  일이

             풀릴  것  같았다.  우리가  할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실제  농사가
             불가능한  면적은  제외하고  등록되며  본인  소유의  농지가  아니라면

             실소유자와의  임대차계약서를  준비해  오세요.  그리고  신청  후
             민원인께서  신청하신  농지가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없는지, 실제

             경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실사를  나갈  것입니다.”라고  말씀
             드렸다.  하지만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한  그는  막무가내로  “내가  왜

             너희들의  요구에  장단을  맞춰야  하냐.”며  우리의  업무처리  절차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화를  내었다.  아무리  그  과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하려고  해도  우리의  말은  들으려  하지  않고  같은  내용의  말만
             되풀이하며  더  흥분하고  있었다.  계속되는  대화  속에서  그의  얼굴

             은  더욱  상기되었고,  이제는  폭언과  함께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두서없이  허공에  내뱉기  시작하였다.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와  의
             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으로  인해  나는  점점  몸이  피곤해지기  시
             작했다.

                 문득,  갓난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생각이  났다.  보통의  갓난아이

             라면  부모가  달래주지  않으면  울다  지쳐서  그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내  앞의  민원인은  나보다도  20년은  더  사신  어르신이



                                                                수기모음•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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