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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분간의 사투 끝에 남은 허무한 상처



                                                               경험 · 오승준
                                                           글 · 오승준,  조성민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던  5월의  어느  늦은
             오후,  옆  사무실에서  울리는  날카로운  욕지거리에  잠시  일을  멈추고

             내  귀를  의심해  보았다.
                 “C발!  네까짓  게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

                 ‘C발?!’  내가  일하는  사무실에서는  듣기  쉽지  않은  말이었다.
             절대로  우리  직원들의  입에서  나왔을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이지?

             고개를  들어  사무실을  살펴보니  매우  흥분한  대략  50대의  민원인
             A씨가  핏대를  올리며  우리  직원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었다.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친절하기로  소문난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떼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상황이  더  악화되기  전에  해결해보고자  자초지종을  들어보았다.

             그는  농업경영체      15)   등록  관련  상담을  받고  있었는데,  민원  상담의
             불친절에서  화가  난  것이  아니라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었던  것

             이다.  그는  그와  가족  소유의  농지를  각각  자기  명의의  농업경영
             체로  등록하려고  사무소에  방문했지만,  그의  가족  소유의  농지에

             15)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  및  곤충  등을  사육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38•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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