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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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이 민원의 끝을 어떻게 매듭지어야 좋을지 궁리하던 중
그의 체력이 한계에 다다른 것일까? 그 기세가 다소 수그러드는
듯 보였다. 기회는 지금이다! 여기서 멈추면 안 된다. 지금은 그의
불만을 해소하고 진정시키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제는 형식적으로
바뀌어 버린 미소와 함께 커피 한잔을 가져왔다. 그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나름의 대접을 받아서인지 기분이 좋아진 것처럼 보였다.
그는 서서히 정상적인 대화의 문을 열었다. 대화가 이어지면서 골치
아픈 민원이 해결되는 듯 보였다. 한참을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새로운 요구사항을 중얼거렸다. ‘법적 근거’. 다시 말해, ‘농어업
경영체법’에 우리가 안내한 사항이 명시되어 있는지 그 근거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퇴근 생각에 들뜬 마음으로 나는 호기롭게 말
했다. “법령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진 않으나, 우리 원은 국민들의
편익을 위해 내부적으로 만들어진 지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방심한 걸까? 아니면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그의 눈이 갑자기
휘둥그레지며 무엇인가 건수를 잡은 사람처럼 기세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너희들만 아는 내부적으로 쓰이는 지침으로 일을 처리
하면 국민들에게 있는 알 권리가 충족되지 않잖아. 우리가 모르는
지침을 만들어 너희들끼리 제멋대로 일 처리를 하고 있는 것 아냐?
국민들이 법제처 홈페이지에서 찾아보고 받아드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제시해 봐, 당장! C발!” 그가 다시 난폭해지기 시작했다.
장장 1시간에 걸친 대화가 수포로 돌아가 난감한 상태가 되었다.
이제는 한술 더 떠 민원 응대 태도가 불친절하다며 사무실 상급
40•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