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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8월
경험 · 노효순
글 · 김선아, 김주영
매미들이 미루나무 어디선가 시끄럽게 울어댄다. 주변을 지나가는
차 소리도 집어삼킬 기세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를 밟고 80대
농업인 한 분이 사무실을 방문하셨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모습으로
농업경영체 16) 담당자를 찾는다. 얼핏 보아도 화가 잔뜩 나셨다.
한여름 달아오른 아스팔트 열기처럼 어깨가 들썩인다. 담당자인
나는 일부러 더 정중히 허리를 숙여 인사드린다. 의자를 갖다
드리며 앉기를 권유하여도 다 필요 없다며 대뜸 소리부터 치신다.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들이 뭘 아느냐, 탁상머리에 앉아
세금으로 꼬박꼬박 월급이나 받는 것들이….” 끓어오르는 용광로
처럼 핏대를 올리며 화를 내신다. 이유는 논 여러 농지에 벼를
심겠다고 쌀 변동 직불금 17) 을 신청했으나, 이행점검 과정에서
벼를 심지 않는 농지가 발견되었다. 그래서 그 면적만큼 휴경 18)
16)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 및 곤충 등을 사육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17) ’98~’00년까지 논농업에 이용된 농지에 물을 가두어 벼를 재배하는 경우
수확기 쌀값이 국회에서 정한 쌀 목표가격보다 하락하면 그 차액의 일부를
지원하는 보조금(’01~’19년까지 지급)
18) 작물을 식재하지 않고 있으나 경운 및 간단한 농작업으로 농작물 재배가
가능한 농지
수기모음•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