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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질  끌고  해당  농지에  도착했다.  역시나  기적은  없다.  벼  이삭은
             커녕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  않은  탓에  맘대로  자란  잡초만이

             무성한  잎  사이로  햇살을  튕겨내고  있다.  저쪽에서  어제의  농업인이
             다가오신다.  그  모습이  태산이  되어  다시  가슴을  짓누른다.

                 마음을  추스르고  벼  나락이  아주  실하다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그  분의  표정이  조금  밝아지셨다.  나이는  먹었어도  벼농사에는

             따라  올  사람이  없다며  자신감도  드러내신다.  기회는  이때다.
             재빨리  지적도를  내보이며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쌀  변동  직불

             금은  벼를  심어야  받을  수  있어요.  선생님이  쌀  직불금을  신청한
             땅에  아무  것도  심겨져  있지  않잖아요.  그러니,  휴경  처리해야  하고,

             대신  농지  형상은  유지하고  있으니  쌀  고정  직불금               19) 은  받으실
             수  있어요.”  일순간  농업인의  동공이  흔들린다.  본인도  처음부터

             충분히  알고  있으신  눈치다.  더  정확히  말하면  휴경한  논도  쌀  변동
             직불금을  받고자  일부러  화를  내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내  눈을  의도적으로  피하시며  그런  건  모르겠고
             저기  휴경지는  내  논도  아니고,  자기는  지적도도  볼  줄  모른다고

             우기신다.  맘속  출렁거리는  지진을  뒤로하고  그러시다면  논  측량

             해  볼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그러자  돈이  많이  드는  측량을
             뭣  하러  하냐며,  내  땅을  내가  잘  알지  누가  아느냐고  냅다  소리를
             높이신다.  그리고선  사무실에만  있는  놈들이  뭘  아냐며  논에  있는

             피를  뽑아  저  멀리  냅다  던진다.  진흙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어디


             19)  ‘98~’00년까지  논농업에  이용된  농지에  농지의  형상  및  기능을  유지할  경우
                 지원해  주는  직불금



                                                                수기모음•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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