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4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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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처리하고,  쌀  변동  직불금이  지급되지  않게  된다는  우리
             직원의  안내에  불만이  있으신  거였다.

                 고령에  심한  화까지  내시니  숨이  찬지  마른기침을  하셨다.  더운
             날씨에  행여  쓰러지시기라도  하실까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다른

             직원들도  걱정스러운  표정에  흘끔흘끔  눈치를  본다.  얼른  업무에
             사용하는  지적도와  영상  장비를  가져와  이유를  설명했다.

                 “벼를  심지  않은  땅이  쌀  변동  직불금에  신청되어  있어요.  그
             면적은  벼를  심지  않아서  변동  직불금이  지급되지  않아요.  죄송합

             니다.”  거듭  설명해  드리지만,  이유는  중요치도  않고  아예  듣지
             않기로  작정하고  오신  모습이다.  어쩔  수  없이  ‘내일  현장에  나가서

             다시  확인을  하겠다,  혹  잘못된  것이  있으면  정정하겠다,  그러니
             오늘은  댁으로  돌아가시는  게  좋겠다.’라고  말씀드렸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종아리에서  칼슘이  다  빠져나가는  듯  다리가  후들
             거렸다.  농업인은  일단  오늘은  가겠으나  일들  똑바로  하라며  으름

             장을  놓고  일어서신다.
                다음  날  해당  농지를  재점검하러  가는  길,  논두렁  사이로  막바지

             여름  햇살을  한껏  들이키며  벼  이삭들이  제법  굵게  영글어  간다.

             그  위로  잠자리  몇  마리는  평화로이  비행  중이다.  그러나  논  물꼬
             막음용  돌을  가슴에  얹은  듯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이번  건은  벼  식재  여부와  상관없이  신청한  대로  보조금이

             지급되어야  진정될  판이다.  ‘제발  현장  조사원이  잘못  보았기를….

             어쩌다 난 이삭이라도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면 억지로라도 적합으로
             처리할  수  있을  텐데….’  심란한  마음에  차마  떼어지지  않은  발을



             44•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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