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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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디…….”
농지를 임대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직접 농사를 지어서 나라
에서 주는 소농직불금 21) 을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얘기를
마을회관에서 이웃 분들을 통해 들으셨나 봅니다.
“어머니. 그냥 하던 대로 농지 임대 줘버려요. 왜 고생길로
스스로 들여가셔요.”
“할 수 있다니깐 그러네! 참말로!”
아들과 한참을 언성 높이며 싸우시던 할머니께서는 결국 승리
하셨습니다. 농업경영체 22) 등록도 무사히 마치셨고요.
농사를 한참 쉬시다가 다시 시작해보시겠다는 어머니. 걱정은
되지만 어머니의 뜻을 꺾을 수 없어 2층까지 업고 올라온 아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어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직불금을 타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 싶으셨던 것 같습니다. 서로
걱정하는 두 분의 입장과 따뜻한 마음이 모두 이해되어 저는
누구의 편도 들지 못했습니다. 애정어린 다툼이 끝나기를 가만히
기다렸습니다. 자격은 충족해서 경영체 등록은 해드렸지만, 어머
니께서 끝까지 농사를 짓고 직불금을 타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머니의 결의에 찬 눈빛과 세월이 흘렀
어도 아들을 생각하는 따스한 마음을 잊지 못합니다. 민원인에게서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신도 할 일이 생겼다는
21) 공익직불금 중 농지 경작면적이 0.1~0.5ha이하 등 7가지 조건에 충족될
경우 농가당 연 120만원 지급
22)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 및 곤충 등을 사육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48•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