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1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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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뭐라고 하는지 이 노인네가 도저히 알아들어 먹지를
못 하겠어유.” 하시는 얼굴에는 피로와 긴장이 역력하다. “면사
무소 직원도 꼼꼼히 잘 봐주실 건데요”라고 살짝 면사무소 편을
들어보자 “이 사람은 모르겠어..., 거긴 믿음이 안 가, 공무원
이 이렇게 친절한 데는 여기가 처음이야. 내가 글씨도 잘 못쓰는
데 죄다 이렇게 써주고, 면사무소는 뭔 일이 그리 바쁘다고 무뚝뚝
해...” 라며 하소연을 하신다. 20여 분간 농업경영체 등록정보 변
경과 공익직불제에 대한 기본 안내를 해드리자, 굽은 허리를 더
숙이며 인사를 하고 나가시면서 “여긴 서류 하나를 떼러 와도 다
들 친절하시니, 내가 기분이 좋아. 자주 찾아와서 미안해요, 담에
올 때는 고생하시니 음료수라도 사 와야겠어.” 하시며 해맑은
웃음을 지으시며 돌아가신다. 그 모습에 집에 계신 엄마 모습이
겹쳐지며 마음 한 켠이 아리면서 흐뭇하다. 우리 엄마도 어디 가서
푸대접을 당하지나 말아야 할 텐데. 이 민원인 덕분에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다.
농업경영체 변경신청으로 쉴 틈 없는 하루가 끝나가던 늦은
오후, 60대 중반의 민원인이 책상 앞으로 오신다. “선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여쭤보자 화난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날아와
꽂힌다. “농관원에서 계약기간을 넣어주지 않아, 직불신청이 안된
다는데 도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요?” 라고 언성을 높이는
민원인 이마에 내 천(川) 자가 그려져 있다. 아마, 면사무소에서
농업경영체 등록된 임차농지의 계약기간이 없어서 직불 신청이
안된다고 했을 것이다. 나는 긴장한 목소리로 “농지 소유자와
수기모음•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