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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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가 있어야 등록 유지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지적도상 불일
치한 경우라면 군청 농지과를 방문하여 확인하세요. 제가 선생님
땅 찾아드린 거예요”라고 생색내는 유머를 던졌다. 그러고 나니
내 마음도 B씨의 얼굴 표정도 한결 가벼워졌다. ‘「잃어버린 땅 찾
아드려요」라는 현수막을 걸고 부업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로부터 며칠 후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폐장되었던 5일장이
다시 열린 어느 날이었다. 비가 갠 이른 아침 유난히도 하늘은 청아
하고 맑아 보였다. B씨가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나를 찾았다.
B씨는 임대차계약서와 농지원부 26) 를 제출하였다. “농산물품질
관리원이 아니었으면 내 땅이 어딘지도 모르고 계속 남의 땅에서
농사 졌을 거 아녀?” 하면서 연신 미안하고 고맙다고 하셨다.
일을 하다 보면 이런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그 속에서 상처 입은
마음이 “미안하고 고맙다”란 진심 어린 따뜻한 말 한마디에 녹아
내린다. 사람들이 흔히 “당신은 그 일이 천직인가 보다.”라며,
긍정의 뜻으로 상대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하지만, 천직은
없다. 본인의 마음가짐과 의지에 따라 그 상황의 절실함에 스스로
맞춰가는 것이 아닐까? 딱딱한 조개껍질에서 나온 아름다운 진주
처럼, 고달픔 속에서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익히게 된다면
우리가 하는 일들은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26) 농지의 소유나 실태를 파악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작성하는 장부
수기모음•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