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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나는 여지없이 피곤한 몸으로 간신히 버텨 가며 접수를
하고 있었다. 농업경영체 변경등록을 처리하던 중 한 마을의 이웃
주민끼리 농지가 바뀐 상태인 것이 확인되었다. 즉, A씨는 본인
소유의 농지가 아닌 B씨 소유의 농지를, B씨도 A씨 소유의 농지를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였고 직불금도 받은 것이다. 본인 땅이 아닌
임대를 해서 농사를 짓는가 보다 생각하고, 임대차계약서 제출을
요구하기 위해 A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A씨는 ‘해당 농지를 경작한
사실이 없다.’라고 했다. B씨에게 현 상황을 얘기하니 ‘30년 전
부모님한테 상속받은 내 땅인데 뭔 소리여? 책상머리에 앉아만
있지 말고 현장에 나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라고 질책했다. 나는
그의 반응에 굴하지 않고 자초지종을 설명해 드릴 테니 방문하여
주시길 부탁드렸다. 그러나 그는 영농준비로 바쁜 시기에 발품 팔아
다닐 수 없으니까 행정착오인 만큼 당신들이 알아서 처리하란 말만
연거푸 했다. 조만간 방문하겠노라 진정시켜 드리고 난 후에서야
수화기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온 힘을 다해 부여잡고 있던 수화
기에 나의 손은 이미 마비가 된 듯했다.
나의 설득력과 인내심의 부족일까! 직접 현장에서 농지를 확인
시켜 드리는 방법이 최선일 것 같았다. 약속한 날짜보다 앞당겨
B씨를 방문했다. 태블릿상의 지도로 정확한 위치와 현장을 확인
하고 나니 그제서야 본인 소유의 토지 위치를 잘못 알았다고 했다.
B씨는 멋쩍은 듯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 달라고 한다. “선생
님께서 현재 경작하고 농지는 본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임대차
54•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