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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밭 그 사나이
경험 · 오현옥
글 · 박다은, 이혜련
벚꽃이 만연하던 어느 봄날의 오후, 사무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오는 민원인 K씨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올해 귀농한 K씨는
첫 농사로 들깨를 해보겠다며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농업경
영체 27) 등록을 하러 오셨다고 했다. 나는 자세를 고쳐 앉고, 그분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등록 절차를 안내해 드렸다. 그로부터
며칠 후, 농업경영체 등록 농지를 확인하러 방문한 K씨의 농지에는
예상과 다르게 묵은 땅에 들깨가 겨우 듬성듬성 심겨 있었다.
“선생님, 현재 상태로 봐서는 실제로 경작을 하고 있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농지의 형상과 기능을 유지하지 못하면 경영체 등록
에서 제외되실 수도 있어요.”
“하하. 제가 귀농해서 내려온 지 얼마 안 돼서 신경 쓸 시간이
없었어요. 앞으로 열심히 관리할 예정이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나를 안심시켜 돌려보냈다.
시간이 흘러 밭 직불제 28) 이행점검 기간이 되었다. 나는 K씨의
27)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 및 곤충 등을 사육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28) ‘12~14년까지 밭농업에 이용된 농지에 밭작물 경작 시 지원해 주는 제도
(‘15~19년까지 지원)
56•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