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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유 배정 대상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올해 농업용 면세유를
구입하지도 않았다.”라며 대답했다. 사전에 확인한 내용과 같았다.
그리고 그는 농업경영체에서 제외된 이후에도 벼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리곤, “그 사람이 많이 아픈 사람입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만난 거고, 모두 제 탓이죠. 저 때문에 선생님 같은
분들이 고생하는 것 같아 오히려 죄송하고 그렇습니다. 언제든
협조할 테니 전화만 주십시오.” 순간 당황했다. 어떻게 신고가
들어온 것을 알지? 그리고 신고자가 누구인 것도 아는 것 같은
말과 오히려 신고자를 옹호하고 있다.
곧이어 마을 이장을 만났다. 마을 이장은 그 마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장은 논에서 작업이 한창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붉게 달아오른 피부를 타고 흐르는 땀줄기가
보였다. “무슨 일 이래유?” 그에게 조사관의 신분과 조사목적을
밝히자 미간이 찌푸려졌으며, 자주 겪었던 것처럼 짜증 섞인 말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A씨와 관련해서 이런저런 사유로 여러 기관에
신고가 접수되어, 마을 이장인 자신에게 계속 연락이 온다는 하소
연이었다. 그러곤, A씨가 농사짓는 논을 확인 시켜 주었다.
마을 이장과의 대화를 끝으로 A씨의 농지 주변을 조사하였고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해 떠나려던 찰나 무언가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한 여인, 순간 신고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면세유 배달 차량이 A씨의 집으로 들어
가는 것을 본 목격자도 있다며 확신에 찬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고,
순간 나의 판단이 틀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함께
98•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