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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잘 풀릴 것만 같다
경험 · 김미란
글 · 서경덕
이번 봄은 예년보다 따뜻했다. 꽃샘추위 걱정에 사놓은 패딩은
꺼내지도 못했다. 조금은 가볍게 옷을 챙겨 입고 출근길에 나섰다.
창문 가득 서리가 낀 쥐색 차량, 밤새 바깥에서 추위를 버텨준 내
차다. 새삼스레 시동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군걱정이었다.
히터도 잘 돌아가 금세 따뜻해졌다. 출근길도 도로가 뻥 뚫려
막히지도 않는다. 오늘은 잘 풀릴 것만 같다.
사무실 주차장이 오늘따라 한산하다. 사무실 보안장치를 해제
했다. ‘보안이 해제되었습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새삼스레
반가운 그녀의 목소리였다. 주말 동안 닫혀 있던 창문을 모두
열어 환기했다. 뒤이어 온 직원들과 안부 인사를 하였다. 창문 밖
으로 보이는 화창한 하늘과 적절하게 피부를 데워주는 따뜻한
햇볕이 좋다.
사무실 내 모든 전화기가 따르릉 소리를 내며 울어 댔다. 나는
수화기를 들어 올렸다. 인사를 채 마치기도 전에 수화기 바깥까지
들리도록 큰 목소리의 그녀. 익숙한 목소리였다.
96•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