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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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에 알아보고 대답을 드리겠다고 했다. 긴 대화의 마무리를
위해 A씨에게 말했다. “그럼, 상부 기관에 면세유 배정을 개인
주유소에서도 할 수 있고, 농협에서 면세유 배정업무와 주유소
에서 판매업무 담당을 분리하도록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답변을
전해 드리면 되는 거죠?” 그러자 A씨는 “말귀를 못 알아먹는 여자
구먼, 됐으니 알아보지 마쇼.” 아마, 농림축산식품부에 건의했던
내용이고 제도 개선이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을 것이다.
다음 질문이 들어온다. 농협주유소에서 직원이 면세유를 판매할
때 면세유를 농협주유소에서 구입하라고 영업행위를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냐고 묻는다. 순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듯한
직감. 끝은 아직 멀었구나. 메인 요리는 이제부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면세유 관련 규정과 상관없는 내용이라 뭐라 대답
하기가 어렵다. 무슨 뜻으로 물어보신 건지 다시 한번 말씀해
달라고 물었다. 회피하는 나의 대답에 A씨는 “말이 안 통하는
여자구먼. 이봐요 ○○○씨, 당신 같은 사람이 그런 정신 상태를
가지고 있으니 이런 거야. 당신 직무유기로 고소할 테니 그런 줄
알아. 전화 끊어”라고 분을 못 이겨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했다.
장기전을 예상한 나는 당황 반, 기쁨 반의 심정으로 “네, 알겠습
니다.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시계를 보니 30분이 지나 있었다. 이런, 녹음
한다는 걸 깜빡했다. 찝찝한 기분을 털어낼 새도 없이 전화내용을
곱씹어 보았다. A씨는 농관원이 그리고 전화 받는 내가 여자라
만만한 것인가. 말끝마다 여자를 찾는지. 내가 남자였어도 이렇게
수기모음•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