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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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렸지만  안타깝게도  괜히  민원인을  괴롭히려  번거로운  절차를
             요구하는  ‘탁상행정’쯤으로  여기시는  듯하다.  설명해  드린  내용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며  공문을  요구한  탓에  이미  몇  번이나  공문
             까지  작성하여  보내드린  터였다.

                 A선생님을  응대하다  보면  가슴  한편에서  문득  자괴감이  피어
             오른다.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임을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반말,  고압적인  태도,  담당자가  그것도  모르
             냐는  투의  무시에  마냥  무감각해지기도  어렵다.  처리  기간이  30

             일인  민원도  접수일  당일에  처리해야  한다.  이틀만  지나도  듣게
             될  욕지거리를  견뎌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민원은  접수한

             순서대로  처리가  되어야  할  테지만  나도  모르게  고질민원인의
             서류부터  손에  들게  된다.  순서대로  처리했다가  A선생님의  심기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내  입에서  나온  음절  하나하나가  꼬투리  잡혀
             상급  기관에  전해지게  된다.  결국  목소리  큰  사람이  손해  보는  일은

             없게  되버린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A선생님을  기다리고  있다.  직불제  신청

             마감일  전에  오셔야  원활한  처리가  가능할  텐데…….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애타는  기다림이  A선생님께서  직불금을  제대로  수령하실
             수  있을까  하는  염려보다는  기한을  넘긴  민원신청에  고통받을  나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다는  게.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고,  내방하시는  민원인들에게도  늘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응대하려고  노력하지만,  농업경영체  담당자가  보람을  느낄
             일은  많지  않다.  당신의  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종종  듣게  되는



                                                               수기모음•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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