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4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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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한 사람의 상속자를 내가 어떻게 알아서 제적등본을 제출
하라고 하는지 당신은 이해 할 수 있어? 죽은 자 무덤을 파헤쳐
유족들이 어디에 사는지 물어보라는 얘기여? 어느 법에 그런 게
있어? 어려운 농민은 도와주지 못할망정 어렵게만 만들고. 다른
건 모르겠고 법이 잘못되었으면 법을 고쳐야 해. 나는 직원하고
얘기하기 싫으니까 원장 바꿔.”
원장님 일정 알아보고 다시 전화 드리겠다고 말한 후에 일단락
된 상황인 것이다.
A씨의 얘기만 듣고도 그 상황이 짐작이 되었다. 길고 긴 통화를
예감하며 나는 전화기를 들었다. 먼저 소속을 밝히고 안부 인
사를 건넸다. 수화기 너머로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린다. “원장
보고 전화하라고 했는데 왜 직원이 전화를 했지?”라며 나에게
화를 내셨다. “저는 농업경영체 총책임자입니다. 농업경영체 업무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고 있어서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는 다시
목소리 톤을 높이면서 사망자 유족들에게 어떻게 제적등본을 받으
라는 얘기냐 서부터 시작했다. 중간에 답변을 하려고 해도 시간을
내주지 않았다. 나는 추임새를 넣는 게 전부였다. 농업경영체
규정이 잘못되었으면 국회의원을 동원해서 바꿔야 한다는 등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나는 간절히 부탁드렸다. “어르신 제 얘기를 딱 1
분만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농업경영체 등록은 불법·무단점유는
등록이 안 됩니다. 땅 소유자 입장에서 주인 허락 없이 농업경영
체로 등록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땅 주인이 가만히 있겠어요?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세요. 내 소유의 땅에 임대차계약을 맺지도
104•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