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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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았는데, 남이 농사짓는다고 농업경영체를 등록하면 기분이 어떠
시겠어요?” 그분의 대꾸는 명료했다. “나는 직원하고 통화하기
싫어. 원장과 통화를 해서 따질 테니까 원장 보고 전화하라고 해”
다시 원점이었다. 할 수 없이 오늘 지원장님이 부재중이시니 내일
전화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자, 대전에 있는 지원장 나부랭이랑은
통화하기 싫고, 경북에 있는 본원장과 통화를 하게 해달라고 요구
했다. 그럼, 본원에 연락하여 내일 선생님께 다시 전화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마지막은 반전이었다. 본인이 잘 아는
국회의원이 있으니까, 본원장한테 직접 전화하라고 할 테니 놔두
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었다.
한숨이 나왔다. 기관장을 찾고, 국회의원을 찾고. 나는 하위직
이라고 무시당하고. 과거에 회자되었던 뉴스가 떠올랐다. 담당자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법도 생각하지 않고, 계급이나 자리로
사람을 차별하는 이런 분위기라면 미래에도 엇비슷한 문제가 터지지
않을까. 지금과는 달라지기를 소망해 본다.
수기모음•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