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7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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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살이 생겼다. 그래도 맑고 경쾌한 톤으로 말을 이어갔다.
참고로 나는 민원인이 ‘농업경영체 등록’에 관해 문의하면, 꼭
몇 가지를 먼저 확인한다. 주민등록상의 주소지가 어디인지. 농사
짓는 땅의 소유자는 누구인지. 재배 작물과 면적은 어떻게 되는지가
그것이다. 등록이 가능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그는 사는 곳은 대전이고, 본인 소유의 농지 2천 ㎡에 과일
나무를 심었다고 했다. 그럼 등록이 가능했다. 그에게 등록할 때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안내했다. ‘경작사실확인서’와 ‘영농자재구매
영수증’이 필요하다고. 그런데 화가 난 말투로 여전히 반말로
반문한다.
“경작사실확인서는 무엇이고, 어디서 받아야 하는데?”
나도 똑같이 화를 내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는 일이다. 다시 친절
하게 말씀 드렸다. ‘농지에 실제 농사짓는 대로 경작사실확인서를
작성해서 이ㆍ통장이나 이웃 주민 2명에게 확인 서명을 받으시면
돼요.’라고 했다. 이 말이 끝나자 큰소리를 친다. ‘그 동네 이장도,
사람들도 모르는데, 어떻게 받어.’라고 한다.
경영체를 등록하는 데 필수 서류라고 조심스럽게 안내를 했다.
그러자 그는 ‘난 못 받아온다. 네가 직접 나와서 농사짓는 거
확인하고, 등록해주면 되는 것 아니냐.’고 한다. 한참 동안 ‘못
받아온다.’라는 똑같은 말과 폭언을 반복했다. 내 입은 바짝바짝
마르고, 숨이 멎는 듯 가슴이 답답했다. 할 수 있는 건 ‘계속
폭언하시면 녹음 들어갑니다.’라는 말밖에 없었다.
그의 목소리가 크고, 드문드문 육두문자를 써서 듣기가 힘들었
수기모음•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