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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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오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다음 날 조사원과 함께 출장을 나가
확인해 봤다. 씨를 뿌린 흔적이 요즘 말로 1도 없었다. 사무실에
들어와 A씨에 대해 좀 더 알아보았다. 농사짓는 땅이 많았다. 논
이모작 직불금 지원 한도 면적은 개인당 30ha여서 초과분은
가족들과 나누어 따로 신청한 사실까지 알게 됐다.
전산시스템에서 A씨와 그 가족들의 직불금 신청 농지를 조회해
봤다. 이행점검 대상에 선정되지 않은 70개 농지가 더 있었다.
부적합이 의심됐다. 결국 A씨와 관련된 농지를 다 조사했다. 정말
기가 막혔다. 5개 농지를 제외하곤 뭐 심은 것 없이 깨끗했다. 이
상황을 바로 군청 담당자에게 전화로 알렸다. ‘정말 아무것도 안
심었어요?’라고 되물었다. 자기도 확인해 봐야겠다며 날을 잡아
같이 조사를 하자고 했다. 내친김에 A씨가 사는 지역의 면사무소
직원과도 같이하기로 했다.
며칠 후 군청 담당자, 면사무소 직원과 함께 조사에 나섰더랬다.
비장한 각오로 무언가 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같은 곳에 같은
마음을 갖고 향했다. 신청 농지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동안 우리는
서로 얼굴만 빤히 바라볼 뿐 말문을 열지 못했다. 군청 담당자는
A씨가 논이모작 직불금 신청 농지가 많은 농가에 보조해 주는 농
기계 지원도 신청했고, 지난해 논이모작 직불금으로 2천 3백만
원을 받았다고 했다.
그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해명을 듣기 위해 우리는 면사무소에서
A씨를 만났다. 그에게 물었다. 왜 논이모작 작물을 재배하지도 않고
직불금을 신청했는지. 그는 당당했다. 오히려 ‘왜 이렇게 조사하러
60•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