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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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느냐?’고 반문했다. 되레 ‘씨를 뿌렸는데 작물이 잘 자라지
않은 것이다. 당신들이 내가 이모작 작물을 키웠는지 아닌지를
어떻게 아느냐?’며 큰소리를 쳤다. ‘농사를 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며 더욱더 큰소리를 내었다.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자기 과시를 하기도 했다. 군수도 알고, 도지사도 안단다.
‘직불금을 주려면 주고, 주기 싫으면 말 것이지 바쁜 사람 오라
가라 한다.’며 화를 냈다. 민원 담당자들은 민원인이 화를 내면
일단 진정시키는 게 몸에 배어 있어서 그런지 우리는 생각과 달리
몸이 먼저 움직여 그를 진정시키고 있었다.
면담은 별 소득 없이 끝낼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한참을 일관
되게 씨를 뿌렸다고 우겼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못 산다.
세상은 원리원칙대로 살 수 없다.’라는 말을 끝으로 그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기 때문이다. A씨와 헤어진 뒤 우리는 제재할 방안을
모색했다. 하지만 과거의 건은 증거가 없어 직불금 환수가 쉽지
않았다. 지역사회라 누가 총대를 메고 증인으로 선뜻 나서는 사람도
없었다. 올해는 신청단계라 부정수급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논
이모작 직불금을 신청한 190개 농지 중 5개의 농지만 직불금이
지급됐다. 나중에 군청 담당자한테서 A씨가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
라고 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어렵게 조사했는데 제대로 끝맺지
못해 씁쓸했다.
일을 하다 보면 농민단체(법인)나 농업인이 보조금을 받기 위해
거짓 신청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기도 한다. 일부의 일탈을 전체의
허물로 치부해서는 안 되겠지만, 다수의 선량한 농업인이 피해를
수기모음•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