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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의 두 얼굴
경험 · 황선예
글 · 황선예, 송시원
매일 아침 출근 전 ‘오늘 하루도 친절히’라는 말을 속으로 다짐
한다. 친절한 마음으로 민원인을 응대해야 일이 잘 풀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실타래처럼 꼬인 민원신청으로 애초에 다짐은
흐트러지기 일쑤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하루를 시작하는 ‘친절’과 함께 사무실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는데 누군가의 강렬한 눈빛이 느껴졌다. 잔뜩
화가 난 표정의 할아버지 한 분이 아직 꽉 잠긴 사무소 문 앞에
서 계셨다. 힘든 하루의 서막이 그렇게 열리고 있었다.
할아버지께서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입을 여신다. “내가 수십 년
동안 남의 종중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종중 땅을 농사 짓고
있었어,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죽은 사람한테 임대차계약서를
받아오라 하는겨?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고 그전대로 농업경영체 33)
올려줘!”
농업인들에게 지급되는 국가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본인이
경작하는 농지를 농업경영체 등록을 해야 한다. 가끔 소유자가 여러
33)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 및 곤충 등을 사육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72•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