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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여느  때처럼  농지를  점검하고  있었다.  목표지역을  태블
             릿PC의  지도와  비교해보니,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가  포함된  땅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직불금은  농로만큼의  면적을  빼고
             신청해야  했는데  전부  신청한  것이었다.  포장된  농로의  면적만큼

             직불금  부적합  면적으로  제외해야  하는  상황이다.  증거를  남기기
             위해  사진을  찍는데  집중하는  사이  한  노인이  지팡이를  짚으며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어디서  오셨슈?”라며  툭  하니  질문을
             던지신다.  찾아온  이유를  간략히  설명  드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중,  그  분이  바로  직불금  신청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
             좋게도  현장에서  부적합  농가를  만났다.  바로  서명을  받으면  된다.

             비록  명백한  부적합이더라도  금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농가에게
             전달은  항상  조심스럽다.  혹여  노인의  심기를  거스를까  봐  “직불금

             신청한  면적  중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  면적은  농사를  짓지  못하기
             때문에  직불금이  안  나가요.”라며  천천히  말씀드렸다.  안타깝게도

             나의  노력이  닿지  않았다.
                 노인은  “뭐?”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들이  농로로  활용하게  해달라고해서  시멘트  포장을  허락해

             주었는데,  그  일로  직불금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  부당하다는  얘기
             였다.  순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모른  척  할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두근  거렸다.  “아이고,

             많이  서운하시겠어요.  직불금은  농사짓는  땅만큼만  주는  거잖아요.

             좋은 뜻으로  농로 만드셨으니,  좋은 일 했다고  생각해  주셔요.”라며
             분위기를  바꾸려  노력했다.  중간중간  지팡이를  들며  화를  낼  때면



             70•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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