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9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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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은 내 안에도 있다
경험 · 서영택
글 · 장훈희
끈적한 여름날의 문턱인 5월. 봄이 끝나진 않았지만 끔찍이
더웠고, 여름이 시작하진 않았지만 온몸이 찝찝한 시기였다. 그래도
자동차 하나 보이지 않는 시골 도로를 쌩쌩 달리며, 온갖 근심과
걱정을 바람에 실어 날리곤 했다. 하지만 배정된 관용차량은 모닝.
그것의 승차감이 어떠한가. 덩치 큰 몸을 모닝 차에 욱여넣고 포장
농로를 신나게 달리다가 요철이라도 밟으면 온몸에 충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심지어 조수석에 앉아있던 동료는 들고 있던 태블릿을
내던지듯이 놓쳤다가 다시 잡곤 했다.
당시 나는 논이모작 직불금 32) 을 신청한 농지를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신청 농지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지, 농사를 못
짓는 면적이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점검은 2인
1조로 진행된다. 한 명이 지도를 보고, 다른 한 명은 운전하는 식의
분업이었다. 목표지역에 도착하면 차를 안전한 곳에 세우고 신청
농지 앞에서 점검을 한다. 가끔 부적합인 농지가 확인된다. 그러면
신청자에게 설명하고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만만치 않다.
32) 벼 재배 농지에 겨울철 식량 및 사료용으로 작물 재배 시 지원해 주는 직불금
수기모음•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