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P. 81
우리를 향해 휘두르진 않을까 가슴을 졸였다. 그렇게 10분 정도
지났을까, 노인은 나더러 알아서 하라며 확인서에 서명만 하고
가셨다. 더 이상 얘기해도 안 된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비록
욕을 한 바가지 먹긴 했지만, 다행히 부적합 면적을 인정하였기에
잘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사무실로 돌아오는 내내 찝찝한 기분이
었다. 공익을 위한 행동에 대해 선처를 바라는 노인의 호소였다.
하지만 공무를 처리하는 입장에서 개인의 감정을 함부로 개입시킬
순 없었다.
이행점검을 하면서 수많은 민원인을 만났다. 남을 배려해주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무작정 화부터 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응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꼽으라면, 이번 경우처럼 감정에
호소하는 분이다. 이럴 때면 마음속 누군가가 ‘이런 건 좀 봐줘야지.’,
‘너였으면 안 억울했겠어?’라며 나무란다. 눈앞의 성난 사람을
진정시키는 것만큼 내면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떨쳐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물론 상대방의 상황을 이해하며 공감하는 것은 우리에게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 ‘내면의 나’라는
민원인에게 흔들리지 않고 공정하게 행동할 수 있는 굳은 신념.
그것 또한 공직자에게 필요한 덕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기모음•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