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P. 89
짓는 걸로 확인되어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실 수 없습니다.”라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퇴근 시간이 다 된 늦은 오후에 A씨는 사무
실로 찾아와 이장님과 마을 주민들을 욕하면서 농업경영체 등록을
해달라고 우겼다. 대부분 이런 경우는 농지의 지번을 잘못 알고
신청했다거나 앞으로 농사지을 계획이었다는 등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A씨는 서류를 허위로 제출한 것으로도 모자라 현장에
가서 확인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거짓된 주장을 계속하니 정말
실망스럽고 화가 났다. 며칠 후 현장 조사를 의뢰한 사무소에 A씨가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통보했고, A씨는 그 사무소에서도
한바탕 소동을 피우는 것을 몇 번 더 한 뒤에야 포기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 사건 이후로 제출 서류를 꼼꼼히 살피고, 현장 조사할 때도
철저히. 두 번씩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대다수 열심히 농사일에
전념하고 있는 농업인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농업인들이 사무실에 오셔서 화도 내시고 하소연을 하시는
경우가 있다. 현행 규정으로 원하는 대로 처리가 안 될 경우, 돌아
서는 뒷모습을 보면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많지만, 농업인들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한다. 이렇게 지내다 보면 농관원에서의
생활도 행복하게 마무리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냥 쓰윽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오늘도 나의 업무 동반자인 현장 조사용
탭(태블릿)을 들고 농업인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힘차게 발걸
음을 옮긴다.
수기모음•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