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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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만 내 할 일을 한 것뿐인데 떨리는 목소리로 고맙다는
어르신을 보니 왈칵 감동이 밀려온다. 그렇게 이 건은 감사와
보람으로 종결되었다.
국가 보조금 부정 수급 방지를 위한 농지 점검이 주 업무다
보니 지적도 영상이 담긴 탭을 들고 습관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반복되는 일상에 나태해지기도 한다. “나와 내 일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아무리 자세히 설명을 드려도 무조건
심었다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농민들에게 시달릴 때면 가만히 생각
해 본다. 그럴 때면 내가 하는 일이 너무나 작고 보잘것없게 느껴져
마음부터 지쳐 버린다. 하지만 때론 오늘처럼 누군가의 기쁨이
되었다는 사실은 신비한 힘이 되어 나를 또 현장에 세워 놓는다.
나는 오늘을 되돌아보며 더 이상 내가 하는 일에 크고 작음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내게 주어진 직분에 최선을 다하자고
가만히 다짐해 보았다.
철 따라 다른 색조 화장과 향기로 다가오는 자연과의 몰래
데이트, 씨를 뿌리고 거두어 우리 밥상까지 오르는 먹거리의 신비를
알아 가는 것은 이 일이 주는 또 다른 기쁨이다. 그런저런 생각하며
콧노래와 함께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 분홍 벚꽃 아래 새로 핀
노란 민들레가 빵긋 웃었다.
84•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