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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합 농지의 숨겨진 비밀
경험 · 전미영
글 · 전미영, 하대옥
추운 겨울이 지나 따사로운 햇살과 초록 산이 반겨주는 야외로
나가는 일은 여간 설레는 일이 아니다. 가끔은 황사가 시샘하고,
업무와 연관된 현장 점검일지라도 즐거움은 마찬가지다.
논에 벼를 심기 전, 이모작으로 사료작물을 재배하면 정부에서
보조금을 주는 제도가 있다. 물론 사전에 이를 신청해야 하고
신청 그대로 식재를 해야 한다. 나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현장
조사원, 논이모작 직불제 35) 이행점검이 봄철의 내 주된 업무다.
작년에 비해 따듯했던 겨울을 보낸 4월, 저만치 들판에 아지랑
이가 아른거릴 때 쯤 논이모작 이행점검이 시작되었다. ‘이제
마음껏 새 봄을 느끼고 맞아 주리라.’
싱그러운 봄 냄새를 맡는다고 코를 킁킁거리는 내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난다. 첫 번째 점검대상 농지에 도착했다. “우와!” 호밀이
튼실하고 껑충하게 잘도 자랐다. 논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내가 가꾼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뿌듯해진다. 봄바람에 잔물결 이는
호밀 잎들 사이로 새벽을 여는 농부들의 부지런함이 보인다. 이
35) 벼 재배 농지에 겨울철 식량 및 사료용으로 작물 재배 시 지원해 주는 제도
80•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