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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지사지(易地思之)



                                                               경험 · 이은경
                                                                 글 · 이은경



                ‘사람을  요리한다.’  기분  좋은  말은  아니다.  사람이라는  인격체를

             하나의  사물로  간주하고,  자신이  정한  레시피에  맞추어  상대방을
             농락하는  글  같다.  그런데  최근  농정지원팀  업무를  담당하면서  나는

             가끔  ‘요리를  당한다.’라는  느낌을  받는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일터에서  말이다.

                 때는  2019년  5월.  농정지원팀으로  업무가  바뀌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일  때다.  농업경영체         38)   등록을  문의하는  농업인이려니  하는

             생각에  가볍게  수화기를  들었다.  “나,  ○○에서  주유소를  하고  있는
             ○○○입니다”라고  따지는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뚫고  내  귀에

             꽂혔다.  그렇게  민원인  A씨와의  첫  대면이  시작되었고,  풀  코스의
             장기전을  직감하며  농업용  면세유           39)   관련  규정을  책상에  펼쳤다.

                 A씨는  농민들이  사용하는  농업용  면세유는  누가  배정하는지
             묻는다.  나는  관련  규정에  따라  면세유  관리기관인  농협에서  배정을

             한다고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A씨는  또  묻는다.  주유소에서  면세유


             38)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  및  곤충  등을  사육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39)  농업용  농기계에  사용되는  휘발유  등  유류의  세금  중  목적세와  부가가치세를
                 감면하여  공급하는  유류



                                                                수기모음•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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