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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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로 결제 시 면세유가 부족하다는 메시지가 나오면 주유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나는 해당 농민에게 면세유 배정과
관련하여 관할 농협에 알아 보라고 안내를 해 주시라고 대답했다.
A씨는 본인의 전화 의도를 숨긴 채 면세유 업무와 관련된 이것
저것을 묻는다. 아마, 내가 민원제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역량이
되는지 알아보기 위함일 것이다. 마치 요리 시작 전 재료의 간을
보는 것처럼. 소모적인 질문과 대답이 이어진다. 내가 묻는다.
“무슨 일 때문에 전화를 주신 건가요?” 이제 본격적인 요리가
시작될 타이밍이다.
면세유 배정을 농협에서만 하게 되어 있어서 농협주유소와 개인
주유소 간의 경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농협은 한 사람이
농가의 면세유 배정 업무와 주유소에서 판매 업무를 할 수 있어
면세유 배정 농가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어 판매를 위한 영업
홍보가 가능하다고 한다. 심지어 A씨가 운영하는 주유소에서
면세유를 사지 말라고까지 했다면서 격양된 목소리로 억울함을
토로한다. 이유인즉슨 공무원인 우리가 규정을 잘못 만들어서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A씨의 말에 가벼운 리액션으로 응수하면서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경험상 묻는 말에 대한 팩트만 담백하게
전달했다. “선생님, 현재 규정으로는 면세유 배정업무도 농협에서
하게 되어 있고, 면세유 배정과 주유소 판매 업무를 한 사람이
담당하는 것에 대한 제재는 관련 규정이 없습니다.” 면세유 배정을
개인주유소도 할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던
사항인데 왜 반영이 안 되냐고 나에게 따져 묻는다. 나는 상부
92•2020년 농관원 민원 수기 모음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