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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아버지의 ‘너 이름이 머여?’
경험 · 김명순
글 · 김현미, 이영태
느닷없는 소장님의 호출!
‘무슨 일이실까’, 2층 소장실로 올라가 문을 열었다.
소장님 맞은편엔 말끔히 차려입은 노신사 한 분이 앉아 계셨다.
어떤 일로 오셨는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지만 일단 웃는 얼굴로
인사드리며 소파에 앉으려는 순간,
“당신이 직불제 담당이야?”
분노에 찬 노신사의 한마디가 시위를 떠난 화살같이 날아들었다.
“네?”
‘왜 이러시지?’ 하는 의문에 잔뜩 놀라 움츠러든 나의 대답.
영문도 모른 채 기선제압부터 당한 꼴이었다.
“당신 이름이 머여?!”
다짜고짜 이름부터 대라고 말씀하시는 거로 보아 적어도 신사는
아닌 듯싶었다. 민원인은 지난 2월경 배부한 농업경영체 37) 변경
신청서를 안주머니에서 꺼내시며, ‘왜 직불금을 안 주냐’고 큰소
리쳤다. 뭐라 설명할 찰나의 순간조차 허락받지 못한 채 분노에
37) 농작물을 재배하거나 가축 및 곤충 등을 사육하는 농업인과 농업법인
수기모음•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