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우리는 민원담당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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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탁자에 앉아있는 그에게로 갔다. 커다란 검은색 서류 가방을
보는 순간 부담감은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런,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그는 농업경영체 등록 신규 신청을 위해 두 번째 방문이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처음은 지난해 12월이었단다. 자신이 농사짓는
배 과수원을 등록하러 방문했으나 기획부동산을 통해 구매한 78
명의 소유주로부터 임대차계약서를 받지 못해 포기했다고 했다.
이번은 영농조합법인을 경영체 등록하려고 왔단다. 조합원들과
영농계획 구상까지 마쳤다고 했다. 내용을 검토해보니 법인 정관이
등록기준에 맞지 않았다. 사업 범위 자체가 부적합했다. 조합원
중 농업인이 5명 이상이어야 하는데, 미달하였다. 농지 임대차
계약서도 규정에 안 맞는 부분이 있었다.
이런저런 문제를 설명하는데 그가 위협적인 태도로 돌변했다.
마치 성난 황소처럼 보였다. ‘담당 공무원이 법과 규정도 모르고
업무를 처리한다.’며 고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한동안 소란을
피웠다. 동료들이 겨우 달래서 돌려보낼 수 있었다. 너무도 당당한
그의 모습에 정말 내가 몰랐던 법과 규정이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
였다. 큰소리만 내면 공무원이 무서워서 재량껏 처리해 줄 거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며칠 후 그는 국민신문고에 ‘소극행정 공무원, 말도 안 되는
주무관 ○○○’이란 제목으로 민원을 냈다. 밉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은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전화로 서류 보완을 안내하기보다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팀장님과 함께 아산시
입 상 작•17